레전드썰) 고속버스 모든 사람들이 숙연해진 이유..
새벽 버스라 다들 노곤하게 뻗어있었는데.
갑자기 맨 뒤에 앉은 아가씨 한 명이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제발 버스 좀 세워 달라고 소리를 질러 대더라.
당연히 다들 꿀잠자고 있다가 아가씨의 새된 비명에 깜짝 놀라 깨어나게 된 터라.
짜증난 표정으로 뒤쪽을 돌아봤지만... 완전히 새하얗게 질린 채로 배를 감싸 안고 덜덜 떠는 모습을 보니. 다들 숙연해져서 아무 말도 못 했음. 기사 아저씨도 갑자기 숙연해진 분위기에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버스는 평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고속도로를 질주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 휴게소에 정차했는데.
차가 멈추자마자 그 아가씨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버스의 좁은 통로를 가로질러, 빠르게 뛰어나가더라.
얼마나 급했으면 아가씨가 저런 반응을 보였겠냐면서 다들 혀를 차고 있었는데...
아니 이게 웬걸?
급똥이라 금방 돌아올 줄 알았는데, 10분이 지나도 20분이 지나도 아가씨의 모습은 코빼기도 안 비치는 거임.
새벽이었지만, 다들 비행기 탑승을 위해 공항으로 향하던 터라. 시간이 지체되면 지체될 수록 초조해질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쌓인 초조함은 점점 짜증으로 변해가기 시작했음.
그렇게 사람들의 짜증이 막 폭발해서, 맨 앞자리에 앉은 아재가 그 아가씨 찾아서 잡아오려고 떠나려는 찰나...
사라졌던 아가씨가 30분만에 돌아왔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또 내릴 때완 완전히 달라진 촌스러운 츄리닝 바지를 입은 채로...
그렇게 달라진 복장과 표정으로 나타난 아가씨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죄송하다고 외치며 자리로 돌아갔고 따로 설명은 없었지만 대충 그 아가씨의 표정과 복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직감한 우리는 차마 그 아가씨에게 짜증을 낼 수 없었지.
금방이라도 그 아가씨를 잡아와서 버스 앞에 피주머니마냥 매달 것 같이 화내던 아저씨마저 할 말을 잃은 채, 멍하니 창문만을 보고 있더라.
결국 아가씨 한 명 때문에 버스는 공항에 예정보다 30분이나 늦게 도착하게 되었고. 덕분에 우리 가족은 비행기 티켓팅을 굉장히 아슬아슬한 시간에 하게 되어, 눈물을 머금고 맨 뒷자리에 서로 따로 떨어져서 타야 했지만...
그 아가씨의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 생각나, 차마 욕은 하지 못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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